하나님나라가 임하시오며 | 정민중 | 2025-0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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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셋째주일]
하나님나라가 임하시오며
이사야 52:7-10 마태복음 6:9-13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중요한 일이나 기쁜 소식을 기다릴 때 우리의 삶은 달라집니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에서 “하나님나라가 임하시오며”라는 간구는 우리 믿음의 핵심적인 기다림이며 소망입니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나라’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합니다.
‘하나님나라’는 단순한 장소나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자리입니다. 나라를 의미하는 헬라어 ‘바실레이아(Βασίλεια)’는 지리적인 개념보다 통치의 개념을 의미합니다. 즉, ‘하나님나라’란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으며 그 뜻을 이루어가는 삶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하나님나라’를 단지 죽어서 가는 천당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며,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루어가야 할 목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 포로 생활 동안 절망했지만, 이사야 선지자는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사52:7)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는 ‘하나님나라’가 회복될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첫 번째로 선포하신 말씀도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1:15)였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나라의 시작을 알리셨고, 제자들에게도 이것을 전하라고 명하셨습니다(마28:19-20).
예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설명하신 것처럼 하나님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미 시작된 그 나라가 온전해지지 못하도록 시험과 유혹, 세상의 염려가 가로막고 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나라의 복음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도 우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그 나라를 이루어가겠다는 결단입니다.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산다는 것은 내 삶의 주권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미 그 나라를 소유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드리는 삶을 의미합니다(마13:44).
예수께서 우리에게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교회는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우리는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깨지고 상한 이 세상을 위로하고 회복하는 사명을 받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역할입니다. 그 역할을 능력있게 감당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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