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묵상집]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과 함께 하는 사순절기 4월 3일 금요일 | 운영자 | 2020-04-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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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금) 38 누구에게나 있는 빈자리 6 가슴에 달고 있는 인장처럼 팔에 매고 다니는 인장처럼 이 몸 달고 다녀다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 시샘은 저승처럼 극성스러운 것, 어떤 불길이 그보다 거세리오? 7 바닷물로도 끌 수 없고 굽이치는 물살도 쓸어갈 수 없는 것, 있는 재산 다 준다고 사랑을 바치리오? 그러다간 웃음만 사고 말겠지.(아 8:6-7 공동번역 개정)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곁에 없을 때 그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 사람을 대체할 누군가를 억지로 찾으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견뎌내고 단순하게 참아내야 할 일이다. 견뎌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면서도 그 자체로 또한 큰 위로가 된다. 그 누구로도 그 빈자리를 대신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은, 비록 그와 내가 서로 갈라져 있더라도, 우리는 아직 끈끈하게 맺어져 있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사이의 그 빈자리를 메워주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 자리를 채워주시는 대신에, 빈자리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사람 사이의 결합이 오래 오래 유지되게 하신다.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마음과 영혼의 교류가 끊어지지 않게 도우신다. 내 곁에 없는 사람에 관한 기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이별의 고통은 더 크다. 비록 죽을 때까지 함께 이어가지 못했더라도, 함께 있는 동안에 쌓아온 것들을 기억하며 감사드릴 때, 슬픈 기억은 조용한 기쁨으로 바뀐다. 사람은 지난날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가시로 만드는 대신에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필요가 있다. 그 귀중한 선물을 시시때때로 들여다보는 대신에 아주 특별한 시간에만 찾아보는 것이 좋다. 보통 때에는 잘 숨겨두고 아주 가끔 남모르게 꺼내보아야 하리라. 그 기억을 자주 파헤치며 그것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리라. 이렇게 한다면 과거는 우리에게 기쁨과 힘을 계속 안겨준다. 이별의 시간은 우리의 공동체 생활에서 헛되거나 열매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시간은 우리 생활에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오히려 아주 신기하고 놀라운 정도로 강력한 공동체적인 사귐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나는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우리의 현실은 언제든지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머리속에 근심과 불안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곤 하는 것을 나는 실감한다.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해 잠들 때까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일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며, 그것들에 대한 우리의 근심걱정을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로 바꾸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근심과 상심에 찌든 채로는 하나님이 주시는 안정과 기쁨을 결코 체험할 수 없을테니....(저항과 순종 - 옥중서신 255쪽 이하) * 말씀을 읽고 느낀 점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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