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6장에 나오는 일들은 23장 27절에 따르면 일곱째달(티쉬리월) 10일에 행하는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 달력으로 7월 10일은 정월 초열흘입니다. 양력으로 9월 10일입니다.(윤달이 낀 경우 10월 10일) 신약성경은 이때를 ‘금식하는 절기’라고 했습니다. 레위기 16장에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특별한 날, 곧 속죄일에 관해 말씀합니다. 이 날을 대신할 대(代)자를 써 ‘대속죄일’ 이라 부르기도 합니다.(욤 학카페림 = a Day of the Atonement) 랍비들은 이날을 ‘그 날(The Day)’ 또는 ‘그 큰 날(The great day)’ 이라고 불렀습니다.

성경은 속죄일의 특징을 두 가지로 말씀합니다. i) 안식일 중의 안식일입니다. 히브리성경에는 ‘큰 안식일’이라고 했습니다. 큰 안식일이란 안식일처럼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되, 평소의 지키는 안식일보다 더 엄숙하게 지키라는 뜻입니다. ii) 스스로 괴롭히는 날입니다. 이 말은 ‘굽힌다, 낮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겸손한 자세를 가리킵니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자기 자신을 비우는 행위요, 자기를 부인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라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그냥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됩니까? 그것보다는 일상생활의 분주함을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난무하는 여러 가지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의 중심을 잡으라는 뜻입니다. 평소에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립니다. 눈에 띄는 일, 손에 잡히는 일을 우선 하다 보니 좌고우면(左顧右眄)할 틈이 별로 없습니다. 나의 행실이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오늘 일하는 것이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진정 제대로 하는 것인지,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 우리 사회와 인류 역사에 어떤 뜻이 있는지, 더 나아가 하나님의 거룩한 영광을 위해서 어떤 효력이 있는지를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잘되고 나 좋고 나 편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살던 사람이 일 년에 단 하루, 속죄일만큼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집중해서 찾아내라는 뜻입니다. 자기 인생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과 교회와 사회,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쓰임받을지를 곰곰이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히 9:12 말씀에 따라 우리는 “예수께서 내 죄를 짊어지고 죽으셨기에 내가 구원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속죄입니다. 구원입니다. 이것을 알려주는 것이 성경이요, 복음이요, 기독교요, 십자가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말씀이 구약성경에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레위기 16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사야서 53장입니다. 레위기는 메시야가 이루실 사역을 요약했으며, 이사야 53장은 메시야가 사역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당하는 고난을 요약했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고난당하는 길을 걸으셨습니다. 스스로를 괴롭게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우리 죄를 속하시려고 희생양이신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희생하는 사람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하는 보상을 예비해놓으셨습니다. 예수님 안에 살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오늘은 자기 죄를 고백하며, 내일은 자기를 부인하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허물과 죄를 진심으로 고백하는 사람이 손과 발로 수고하여 회개의 열매를 거둡니다. 하나님은 그 사람에게 내일의 부활을 약속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이런 은혜 안에 거하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