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압도적인 고통으로 쓴 작품” (KBS) | 정주현 | 2023-05-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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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소설가 Q. '소년이 온다'는 본인에게 어떤 작품? '소년이 온다'
를 썼던 기간은 제 인생에서 1년 반 정도이지만, 그 기간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그리고 그 소설을 쓰고 나서의 여파도 길었고. 그래서 누군가가 제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할 때, 그럴 때가 있다면 를 먼저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Q. 왜 직접 겪지 않은 5.18을 다뤘나.
제가 광주 사진첩을 처음 본 게 12살, 13살 즈음이었는데, 그 사진첩에서 봤던 참혹한 시신들의 사진, 그리고 총상자들을 위해서 헌혈을 하려고 병원 앞에서 줄을 끝없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 2개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거든요. 인간이란 것이 이토록 참혹하게 폭력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집에 머물지 않고 나와서 피를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너무 양립할 수 없는 숙제 같았어요. 그래서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제 안에 아직도 이렇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인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5월 광주를 결국은 뚫고 나아가야 되는 거구나, 언제나 그랬듯이 글쓰기 외에는 그것을 뚫고 나갈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쓰게 됐던 거예요. Q. 소설에 '망자의 목소리'를 등장시킨 이유는? 이 소설의 구성을 짤 때 1장에서 일단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다 등장을 했으면 했고, 마치 빅뱅처럼 멀리 파편이 튀듯이, 가까운 과거부터 튀겠죠? 그래서 현재까지 오게끔 그렇게 하고 싶었고요. 2장에 나오는 정대, 죽은 사람의 목소리는 제가 광주 사진첩 말씀드렸는데, 그 사진첩에 그렇게 참혹한 자상과 총상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있었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 얼굴들 자체가 증언이 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도 증언을 할 수 없었던 실종자들이 존재하잖아요. 그 수도 알 수가 없고. 그래서 한 장은 그렇게 실종된 사람의 목소리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제목은 왜 '소년이 온다'인가. '이 소설 못 쓸 것 같다'라고 생각이 되었을 때 그때 만나게 됐던 자료가 (항쟁의) 마지막 날 5월 27일 새벽에 돌아가신 야학교사 박용준 선생님의 일기였어요. 그분이 굉장히, 마치 동호처럼 여린 성품의 그런 분이었다고 하는데, 마지막 일기에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일기였어요. 그 일기를 보고 이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 결국은 이 소설에서는 가장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때 떠오른 사람이 동호라는 소년의 이미지였어요. 그리고 이 동호가 1장에서 참혹한 시신들에게 하얀 천을 덮어주고 그 머리맡에 촛불을 밝히잖아요. 그래서 이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흰 천을 덮어드리고, 그리고 그렇게 도청에 남기로 결심해서 죽게 된 동호가 우리에게 오는 소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80년 5월에서부터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천천히 이렇게 넋으로 걸어오는 걸음걸이를 상상했고, 그래서 제목도 가 '소년이 온다'가 됐어요. ▣ KBS 기사 원문보기 : http://news.kbs.co.kr/news/view.do?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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