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묵상집]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과 함께 하는 사순절기 4월 5일 주일 | 운영자 | 2020-04-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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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일) 40 과거 6 여호와여 주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부터 있었사오니 주여 이것들을 기억하옵소서 7 여호와여 내 젊은 시절의 죄와 허물을 기억하지 마시고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주께서 나를 기억하시되 주의 선하심으로 하옵소서 8 여호와는 선하시고 정직하시니 그러므로 그의 도로 죄인들을 교훈하시리로다 9 온유한 자를 정의로 지도하심이여 온유한 자에게 그의 도를 가르치시리로다 10 여호와의 모든 길은 그의 언약과 증거를 지키는 자에게 인자와 진리로다(시 25:6-10) 사랑의 행복, 사랑의 쓰라린 고통 그대는 간다. 나는 그대를 뭐라 부르랴? 곤궁, 생명, 복, 나의 생명, 내 마음... 차라리 과거라고 부를까? 문이 닫혔다. 그대 발걸음이 천천히 멀어지더니 점점 더 멀어지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기쁨일까, 고통일까, 그리움일까? 내가 아는 것은 그대가 갔다는 사실, 모든 것이 다 과거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대는 아는가? 내가 지금 그대를 붙잡으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그대에게 달라붙어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것을. 오직 그대를 – 그대 육체와 지상의 생 전체를 반드시 내 곁에 가까이 두려고 그대의 상처를 쥐어뜯고 그대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한다는 것을. 모든 것이 과거로 침몰하는 것을 한없이 두려워하며 내 자신의 고통을 두려워하며 내 자신이 피를 보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것을 그대는 느끼고 있는지? 생명아, 그대는 내게 무엇을 했는가? 그대는 무엇 때문에 왔다가, 무엇 때문에 사라졌는가? 과거의 기대가 내게서 도망칠지라도 나의 과거만은 머물러 있을 수가 없을까?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태양이 길을 재촉해 가다가 바다 저편으로 가라앉듯이 그대 모습은 과거의 바다속으로 막을 방도도 없이 가라 낮고 또 가라앉아서 파도 속에 숨어버린다. 뜨거운 입김을 내뿜는 호흡은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 사라지듯 그대 모습은 내게서 사라지고 이제는 벌써 그대의 얼굴, 그대의 손, 그대 모습을 알 길이 없다. 미소, 눈동자, 인사는 눈앞에 어리더라도 그것마저 흘러가 사라져버리고 위로도 흔적도 없이 무너져 그냥 지나가 버린다. 나는 그대의 존재가 풍기는 향기를 마시고 그것을 흡수하고 그 속에 머물기 원한다, 마치 뜨거운 여름날 향기 짙은 꽃이 꿀벌을 초대하여 취하게 하듯이 박각시 나방에 모기가 삼켜지듯이. 그러나 거센 돌풍이 향기와 꽃을 흩어놓으면 나는 사라진 것, 지나간 것 앞에 멍하게 서 있다. 나의 지나간 생명인 그대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질 때 나는 작열하는 불집게로 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마칠 듯한 반항심과 노여움이 나를 엄습하여 나는 거칠고 쓸데없는 물음을 허공에 던졌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하고 나는 계속 물었다. 지나가 버리고 또 지나가 버리는 인생이여, 어째서 나는 그대를 나의 오관에 계속 간직해 둘 수가 없는 것인가? 내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때까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 위에, 내 옆에, 내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바람을 붙잡으려 하고, 지나가 버린 것을 다시 얻으려고 애쓰는 헛된 노고인 것을. 수수께끼같이 쌀쌀하게 비웃는 것을 눈과 혼이 병들고 보이는 것을 미워하고, 움직이는 것을 증오하며 잃어버린 것의 대상으로 남는, 살아 있는 것, 아름다운 것을 나는 몽땅 다 미워한다. 나의 생을 바라고 나 자신의 생이자 나의 과거인 그대가 다시 되돌아올 것을 나는 구한다. 나의 눈에는 눈물이 어리고 눈물의 베개 밑에서 그대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의 전체를 다시 얻으려 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부터는 울지 않으리, 눈물은 오직 강한 자만 도와주고 약한 자를 병들게 하기에. 나는 지친 채 밤을 맞는다. 소유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망각이나마 약속해 주는 잠자리를 환영하자. 밤아, 이별의 고통을 씻어버리고 완전한 망각을 나에게 다오. 내게 은혜를 베풀고 밤아, 너의 그 부드러운 직무을 수행하라. 나는 너를 신뢰하리. 아, 그러나 밤은 현명하고 힘이 있다. 그 현명함은 나보다 낫고, 그 강함도 그러하다. 이 세상의 그 어떤 힘도 할 수 없는 것, 사상도, 감각도, 용기도, 눈물도 줄 수 없는 것을 밤이 맑은 샘터로부터 내 위로 부어준다. 적의에 찬 시대에 의해서도 손상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유롭게 온전하게 꿈은 그대에게 지나간 것, 나의 목숨, 어제의 낮, 어제의 시간, 그대를 나에게 가져다 준다. 그대가 옆에 있는 것을 느끼고, 나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놀라며 몸을 떤다. 그대는 다시 내게서 사라졌는가? 나의 과거, 그대를 영원히 찾더라도, 그것은 헛된 일일까? 나는 손을 내밀고 기도드린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체험을 한다, 가사와 참회를 통해서, 그대 생의 가장 생명에 넘치는 부분으로서 과거가 그대에게 되돌아간다는 것을. 지나간 것들속에서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를 깨닫고 하나님께서 그대를 오늘도 내일도 보호하시기를 기도드린다. * 사순절 여섯 번째 주일 기도문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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