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 향한 빛
- 운영자 2025.12.6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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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 둘째주일]
모두를 위한 빛
스가랴 2:1–13
로마서 11:25–32
사람은 누구나 ‘성 안’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중세의 성곽 도시처럼, 안전이 보장된 공간에 머물고 싶어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벽을 쌓아 안정과 통제를 확보하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전혀 다른 말씀을 주십니다. “예루살렘은 성곽 없는 성읍이 될 것이다”(슥 2:4). 번성할수록 더 높은 성을 쌓아야 한다는 인간의 생각과 정반대입니다.
왜 하나님은 성곽 없는 도시를 말씀하실까요?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안전에 우리 삶을 맡기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은 “내가 불로 둘러싼 성곽이 되겠다”(슥 2:5)고 선언하십니다. 진정한 안전은 성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입니다. 인간의 성곽은 결국 나를 가두고 이웃을 밀어내는 배타적 장치가 되지만, 하나님이 성곽이 되시는 공동체는 열린 도시이며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은 그래서 흩어진 자들을 향해 “도피하라, 돌아오라”(슥 2:6–7)고 부르십니다. 이는 오늘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상처, 지침, 두려움, 실패 때문에 하나님과 공동체에서 멀어져 있는 이들을 하나님이 다시 부르시는 것입니다.
어떻게 열린 공동체가 가능할까요? 유대인은 언약을 받았지만 메시아를 거절했고, 이방인은 하나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둘 모두 실패했고 불순종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실패를 버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않게 하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라”(롬 11:32). 누구도 자신의 의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며, 모두가 긍휼로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열린 공동체는 인간의 관대함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긍휼로 벽을 허무시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하나님이 성곽이 되신다는 것은 하나님이 긍휼로 우리를 둘러싸신다는 뜻이며, 그 긍휼은 성 안과 성 밖을 나누는 모든 벽을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열린 공동체는 누구든지 돌아올 수 있는 자리, 누구든 다시 품을 수 있는 자리, 모두에게 빛이 비추는 자리가 됩니다.
대림절은 바로 이 공동체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대림절의 빛은 나만을 위한 은혜로 머물 수 없습니다. 나만의 회개, 나만의 안전, 나만의 은혜로 끝나는 대림절은 결국 또 하나의 ‘나만의 성곽’을 만드는 절기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가 흩어진 이웃을 기억하고, 지친 자를 향해 마음을 열고, 멀어진 이들을 품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이 성곽이 되시는 공동체는 항상 열린 공동체이며, 그 열린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긍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빛’은 나만을 위한 빛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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