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산문 (박 준) | 운영자 | 2022-05-07 | |||
|
|||||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늘 꿈꾸지만 가끔은 부정확한 말하기가 반가울 때도 있습니다... 며칠 전 기념일을 맞은 부모님을 모시고 고즈넉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구름은 왜 하늘에 떠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이 말의 본뜻은 대기 환경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방금 식사를 한 식당이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럼 구름이 하늘에 떠 있지, 땅으로 내려오냐” 하고 답을 했는데 이 역시 본뜻은 ‘오늘을 기념해주어서 고맙다’라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두 분의 대화를 이어 구름과 수증기 그리고 강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쭙잖은 지식을 늘어놓은 제 말들의 본뜻은 ‘뭐 이런 것으로 고마워하시냐, 아무것도 아니다’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어느새 한결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뜻은 말 그대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는 것입니다.(계절 산문, 127쪽, 달) |
댓글 0